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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구조주의자로 불리는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과거에 있어왔던 철학에 대해서 비판합니다. "진리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상적인 것은 무엇인가?" 등의 어떠한 정답과 고정된 관념을 찾아내고자 하는 과거 철학들의 시도들을 비판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사유를 통해서 어떠한 정답과 진리를 찾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들뢰즈는 왜 그렇게 비판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은 들뢰즈의 철학을 통해서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들뢰즈는 정답을 찾고자 하는 과거의 철학을 비판했습니다. 하나의 정답을 찾거나 기준을 만들어버린다면, 인간은 그 틀 안에서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간색이다' 라는 명제가 진리로 받아들여지게 되거나 기준이 되어버린다면, 초록색인 아오리 사과 같은 사과는 사유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당하게 됩니다. 선을 그어버리고 그 밖의 것들은 무시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라캉이 이야기했던 '언어로 개념화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 결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에도 언어로 개념화시킨다면, 그 언어가 담지 못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으로써의 결여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그러니 언어는 실재를 100% 담을 수 없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실, 철학은 법과 다릅니다. 법은 기준을 세워서 형벌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철학은 사유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상상에 가까운 철학도 철학이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철학에 진리와 기준이라는 중심을 두고 사유한다는 것은 생각의 틀을 만들어서 생각을 가두는 꼴이 된다고 들뢰즈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철학의 사유방식과 방향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다
들뢰즈가 가장 비판했던 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이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의하면, 세상은 이데아에 대한 복사본이고 이데아를 얼마나 닮았는가에 따라서 복사본의 가치가 주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이상적인 원본은 어딘가에 있고 그 원본을 복사한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것은 이상적인 원본을 얼마나 닮았는가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들뢰즈는 플라톤의 이데아로는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들뢰즈의 철학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가치의 정도가 유사 여부로 결정되고, 유사하지 않은 것은 철저히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복사본이지만, 원본을 거의 닮지 않았거나 아예 다른 것을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합니다. 들뢰즈는 이 시뮬라크르가 갖고 있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생각해보면, 이데아라는 것이 실존하는지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존하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것을 기준삼아 우리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우리는 인간이라는 같은 범주 안에 속해있지만,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동일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시뮬라크르입니다.
우리의 원본은 없다, 우리 자신이 원본이다
어떤 목표를 가진 삶을 산다면, 우리는 보통 목표로 삼는 사람을 두게 됩니다. 축구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예술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세계 최고의 예술가를 자신의 목표로 둡니다. 그들이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고 그 역량이 세계 최고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복사본'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했듯, 우리는 완벽한 복사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로 삼는 사람과 자신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주체성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지면서 자신만의 유일한 특성을 살린다면 목표를 뛰어넘어 유일한 자기 자신의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뮬라크르는 원본을 닮지 않은 복사본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가치 없는 시뮬라크르라고 치부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의 우리는 복사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원본(Origin)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가치 있으며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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